코스(KOSS)라는 이름을 가진 헤드폰 회사, 1958년 세계 최초로 스테레오 헤드폰 SP/3를 선보인 곳입니다. 정말 대단한 역사를 가졌지만 이 곳에서 만드는 헤드폰을 처음 보고 실망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ㅋㅋ 그 정도로 디자인이 조악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브랜드이기도 해요. 도대체 이런 디자인의 헤드폰을 왜 그렇게 사람들이 찾는지? 음린이로서 코스 헤드폰의 진가를 느낀 경험담을 기록해봅니다.
1. KSC35 (코스)
이게 무슨 장난감인가? 생각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이게 이어 클립 헤드폰 KSC35입니다. 디자인도 별로인데 불편하기까지 해요. ㅠㅠ 그래도 이미 갓성비로 불리는 이 모델을 귀에 걸고 음악을 재생하자마자...'헐 미친'이라는 속마음과 함께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게 단순히 저음만 놓고 보면 왠만한 오테 시리즈 이상이고 들려주는 소리도 너무 좋았거든요. 저희 네이버카페에서 갓성비라고 찬양하는 글을 많이 봤지만 실제로 직접 경험하니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최근에 이런저런 음향기기를 접하면서 이 금액대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소리라고 생각하면서요.
2. KSC75 (코스)
35를 들으면서 감탄에 감탄을 반복하다 KSC75로 넘어갔습니다. 35와 연식이 9년이나 차이나지만 코스는 역시 '디자인은 개나줘보다는 소리에 집중하겠다'고 말하는 듯한 회사입니다. KSC75로 넘어가니 35에서 감동받은 저음은 갑자기 사라졌지만 전체적으로 좋았습니다.
35에 비해서 KSC75는 고음쪽이라고 하지만 지독한 음린이인 제가 캐치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저음이 사라졌으나 지금까지 들어본 왠만한 엔트리급과 미들급 고급 리시버와 비교해도 중상급으로 좋은 소리라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그렇다고 플래그십에 비빌 것은 아니고요...
3. Porta Pro (코스)
다음 Porta Pro, 이 정도까지 왔으면 코스를 디자인으로 평가하는 것은 그만두기로 합시다. 그래도 1984년 모델인 것을 고려하면 봐줄만 해요. 어쨌든 불편한 KSC시리즈와는 달리 확실히 착용감이 괜찮은데 귀가 눌리는 방식이라 장시간 착용하기에는 무리입니다. 소리의 경우 35가 너무 충격이어서 첫 소감에서 극적인 반전은 없었으나 듣자마자 좋았어요.
저음은 물론이고 선명도도 마음에 들어서 다른 모델을 들어보지는 않았으나 35와 함께 투톱 느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35와 포타 프로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저의 얕은 경험이었네요. 착용감 외에 소리만 비교해보라면 잘 모르겠거든요. 언젠가 경험이 쌓여서 이 차이를 능숙하게 설명할 수 있음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으로 넘어갔습니다.
4. KPH30i (코스)
다음 청음은 KPH30i입니다. 2015년 출시 모델 디자인이 이 정도면 말 다했죠. 대신 착용감이 업그레이드 됐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디자인만 보면 전혀 궁금하지 않지만 '코스니까' 소리가 궁금했습니다. 지금까지 미친 갓성비의 코스를 경험해왔으니까요. 그리고 첫 느낌은 저음이 약해졌다였습니다.
저음이 약해지니 약간 아쉬움도 느꼈지만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게 뭔지는 모르겠는데 특히 일렉 기타 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리더라고요. 저음만이 음악의 전부는 아닌 만큼 이런 부분이 저를 충분히 만족하게 했습니다.
4. UR40 (코스)
마지막으로 손에 집은 모델 UR40입니다. 뭐 이 정도면 사람 아니 헤드폰 구실 좀 한다라는 생각이 드는 디자인이고요. 가벼운 무게나 귀를 완전히 덮는 형식의 이어패드 덕분에 착용감도 가장 좋았던 헤드폰입니다. 현재는 그나마 저음 구분이 비교적 쉽다고 생각하는데 35와 75의 중간 느낌 정도라는 느낌이 들었네요.
다른 분들은 잘만 캐치하시던데 ㅠㅠ 저는 저음 외에 중고음부터 잘 구분할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KPH30i처럼 일렉 기타 소리가 맘에 들었는데 아마도 코스가 추구하는 소리가 대중적으로 편안한 소리라서가 아닐까라고 생각해봤습니다. 이런저런 노래를 듣다가 딱 삘 받은 노래가 있었는데요,
Meghan Trainor의 Like I'm Gonna Lose You입니다. 남보컬과 여보컬, 배경음까지 밸런스 있게 잘 잡아준다는 느낌과 함께 정말로 듣기 좋았어요. 대체적으로 이런저런 노래들 모두 좋게 들었지만 특히 이 노래에서 딱 꽂혔었네요.
저는 오디오테크니카의 고음에 찌든 귀라 그런지 고음에서 그만큼의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약 1그램 정도 부족한 느낌?) 그러나 코스 헤드폰은 분명 오래들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선택한다면 1도 후회하지 않을 '물건'이다 라고 듣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거기다 금액도 2만원대~6만원대로 저렴해서 막 굴릴 수도 있으니까요.
전 디자인 때문에 살 생각이 아예 없지만...ㅋㅋ 저처럼 디자인이 1순위가 아닌 입장에서 헤드폰을 하나 장만할 생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구입을 고려해봐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금액이 저렴하고 성능도 우수한 미친 갓성비의 코스 헤드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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