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애 프로게이머 서지훈, XellOs[yG]
이것은 2003년부터 응원하기 시작해서 2011년 은퇴하기 전까지 저의 최애 프로게이머였던 서지훈 선수에 대한 이야기. 기계와 같은 완벽한 운영으로 높은 승률을 기록하면서 2003년 온게임넷 스타리그와 WCG 2004 그랜드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고, 퍼펙트테란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던 XellOs[yG] 서지훈 선수입니다.
저는 서지훈 선수를 2003년에 알게 되었는데 은퇴할 때까지 최애 프로게이머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말년에 많이 져서 통산 전적은 138승 112패 승률 55.2%로 많이 안 좋은데, 전성기 시절 활약한 팀리그 성적을 끌어오자면 23승 7패 76.7%, 총 3회 최다 올킬로 장난 없습니다. 그 정도로 잘하는 선수였다고 자랑하고 싶었어요.
서지훈 선수를 가장 좋아하게 된 건 그가 G.O팀(Greatest One) 소속이었기 때문인 점도 한몫 했습니다. ITV를 통해 활약을 지켜봤던 김정민, 임성춘, 최인규 선수가 모두 GO 소속이었고 2003년 출범한 팀리그에서 이 팀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는데 서지훈 선수도 그 중 한 명이었죠.
그렇지만 이 시절에 가장 좋아하는 프로게이머는 임요환, 그 다음이 김정민 선수여서 둘 다 응원했습니다. ㅋㅋ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처음으로 서지훈 선수의 경기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건 2003년 올림푸스배 스타리그 8강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대회 초반에는 임요환 선수의 승리만을 바라면서 '일부는 시즈모드 퉁퉁퉁퉁'에 환호했었죠. 그런데 서지훈 선수의 8강 경기가 참 인상적이었고, 잘생긴 얼굴에 시크한 무표정, 제가 좋아하는 팀 GO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눈에 띄더라고요.
분명 임요환 선수의 우승을 바라는 마음으로 리그를 챙겨보기 시작했지만 4강에서 임요환 선수를 찍어누르면서 결승 진출에 성공하는 순간 이 선수의 진짜 팬이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올림푸스배 스타리그 결승전 대진은 서지훈 vs 홍진호로 확정되었는데 이 때 뭐에 홀렸는지 ㅋㅋ 고딩시절 친구와 함께 멀리 시골에서부터 결승전이 열린 잠실실내체육관에 방문했던 적도 있어요. 정말 아쉽지만 버스 시간 때문에 2경기까지만 보고 집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는데 다음날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서지훈 선수의 우승 소식을 들을 때 기쁨이란!
현장에서 본 건 단 두 경기였지만, 꼼짝없이 질 것 같은 상황에 돌아들어간 마린 메딕 부대로 역전에 성공한 서지훈 선수의 결승전 비프로스트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건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현장에 갔으면서도 이 장면을 직접 보지 못한게 참 아쉬운데 ㅠㅠ 우승을 차지한 후에 서지훈 선수가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순간은 서빠들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장면 중 하나죠. 언제나 승패와 상관없이 무표정하던 선수가 우는 모습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당연히 서빠인 저에게도 감동이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처음으로 전 경기를 챙겨본 개인리그 대회이자 처음으로 결승전 현장을 찾아간 대회였던 2003 올림푸스배 우승자 서지훈 선수였기 때문에 더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임요환, 이윤열에 이어 또 한 명의 테란 스타는 서지훈 선수이고, 앞으로 더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거라 기대하면서 열성적으로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서지훈 선수는 MBC게임의 팀 단위 리그인 팀리그에서 무적포스였는데요, 묵묵하게 승리를 따낼 때마다 어찌나 든든하던지요. 무엇보다 팀리그 최고의 성적과 기록을 가진게 서지훈 선수인 것이 행복했습니다. GO팀의 팀리그 3회 우승과 1회 준우승을 확고하게 뒷받침한 자랑스러운 선수!
팀리그에서는 무적이었지만 프로리그에서는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해 살짝 아쉬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못하지는 않았지만 팀리그에서의 활약에 비해서는 확실히 떨어졌죠. 그래도 2004년 네오위즈 피망컵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너무 좋았습니다. 팀플을 못하기로 악명이 높지만 ㅋㅋ 강민 선수와 함께 결승전에서 멋지게 팀플 승리도 따냈고~!
그리고 WCG 2004(World Cyber Games 2004) 브루드워 부문 국가대표로 출전해서 전승 우승을 차지했을 때 국뽕과 함께 차오른 서뽕(?)! 기대한만큼의 개인리그 (우승)성적을 거두지 못해 답답함이 있었지만 그 답답함을 이 때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고 기쁨이 남달랐어요. 전 세계 게임팬들이 보는 앞에서 멋지게 금메달을 목에 건 서지훈 선수의 모습을 보며 어깨가 으쓱했죠.
2004년에 한창 전성기를 달리고 있던 서지훈 선수를 각종 대회에서 대우를 해줄 때도 참 좋았습니다. 또 하나 서빠들이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2004 SKY 프로리그 3라운드의 오프닝은 지금 봐도 간지 좔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때 오프닝을 최고로 꼽고 있고, 특히 서지훈 선수의 발차기를 기억해주니 자부심이 남달라요. 지금 다시 봐도 캬~
2004년~2005년 계속해서 준수한 성적을 거둘 정도로 꾸준히 잘한 서지훈 선수지만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가로막히는 모습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해당 대회의 우승자들에게 가로막히긴 했지만 그래도 서지훈 선수가 그 선수들을 이겨내고 우승했으면 좋았을걸! 이라고 얼마나 여러번 생각했는지 ㅠㅠ 근데 2005년 esForce 표지모델 서간지는 굳.
서지훈 선수가 중요한 순간에 미끄러지는 것도 안타까웠지만 또 하나 아쉬운건 안정적인 스폰서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2006년 CJ엔투스 출범으로 서지훈 선수가 안정적인 연봉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그 어떤 소식보다 기뻤어요. GO 출신 선수들이 계속해서 이적해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꿋꿋하게 남은 서지훈 선수의 안정적인 프로생활을 바랐는데 이 때 억대 연봉을 챙겨줬다고 전해지는 조큐트에게 이 점만큼은 감사.
아마도 WCG 2005 16강에서 나도현 선수에게 2:0으로 패한 이후부터가 서지훈 선수와 팬들의 암흑기 시작이었겠죠. 점점 광탈이 익숙해지고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던 순간, 2007년 곰TV MSL 시즌3에서 개인리그 마지막 불꽃을 보여주면서 승리한 경기는 감동이었습니다. 강민 선수와의 올드더비로 나름 화제가 되었던 경기에서 멋지게 3:1 승리를 거두면서 4강 진출할 때의 기쁨은 말로 다 표현 못해요. 예상대로 이후 결승 진출엔 실패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순간.
2008년에 들어와서는 이제 진짜로 개인리그에서 얼굴 보기 드문 선수, 프로리그에서도 가끔 출전하는 선수가 된 것이 슬펐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시기에 엄청난 사건(?)을 일으키죠. 프로리그에서 천적 관계인 이윤열 선수를 만나서 승리해서 너무 기뻤는데 갑자기? 시크함의 대명사 서지훈이 세리머니라니, 그것도 저질댄스라니...해설진도 놀라고, 선수들도 놀라고, 팬들과 안티들도 놀라게 한 엄청난 사건이었다고 생각해요. ㅋㅋㅋㅋㅋ
2009년 3월 9일 공군에 입대하면서 공군에이스에 합류한 서지훈 선수의 경기와 승리를 간절히 바랐던 때도 있었네요. 5월 31일에 고강민 선수를 이기면서 공군 입대 후 첫 승, 360일만의 개인전 승리가 정말 기뻤지만, 2010년 12월 19일 정명훈 선수와의 테테전에서 거둔 승리는 지금도 경기가 기억날 정도로 인상적이고 감동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마패까지 선보이면서 '테테전 짐승'의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보여준 후 멋진 경례까지!
공군 전역 후 친정팀에 복귀했고 전역 전에 보여준 경기력도 기대할만했기에 아주 살~짝 출전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냉혹한 법. ㅠㅠ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1년 9월 24일에 결혼, 이후 12월 23일에 은퇴한 서지훈 선수여서 아쉬웠지만 선수로 뛰면서 정말 고생 많았고 오랜 시간 동안 저에게 기쁨과 감동을 줘서 고마웠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서지훈 선수에 대한 저의 추억을 생각하니 거의 2달 전에 e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방문했을 때 사진이 크게 걸려있지 않은 것에 살짝 아쉬웠지만 그래도 사진을 볼 수 있었고, 이렇게 손바닥까지 볼 수 있어서 기분 좋았던게 생각나네요.
저의 고딩시절부터 군대, 대학생 시절까지 스타크래프트 경기로 기쁨과 감동을 준 퍼펙트테란 서지훈, 제로스(XellOs[yG])의 팬이었던 건 절대로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이미 e스포츠 역사에서 서지훈 선수의 활약과 모습은 흐릿해지고 있지만 저에게만은 여전히 생생한 서지훈 선수 정말 고마웠습니다. 정말로 좋아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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